자동차나 총보다 무서운 마약성 처방 진통제

Posted: Feb. 1, 2018, Last Updated: Feb. 1, 2020


처방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사망자가 교통사고와 총기사고 사망자를 합한 것보다 많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발표에 따르면, 2015년 미국에서 총 52,404 명이 마약중독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교통사고 (35,092)나 총기로 인한 사망자 (13,286)를 합한 숫자보다 훨씬 많았다.  2016년에는 63,630명, 2017년에는 72,306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이 추세라며 2020년에는 마약중독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년 교통사고나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줄어들지만 마약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늘어나고 있다.

마약중독 사망자 숫자가 얼마나 크냐면 원인별 사망자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미국에서 20세 이상 성인 사망자는 2,744,248명이었다. 심장병 (635,260명)이 가장 많고, 암 (598,038명), 사고- 마약중독 포함 (161,374명), 만성 폐질환 (154,596명), 뇌혈관질환 (142,142명), 알자이머질환 (116,103명), 당뇨 (80,058명), 독감 (51,537), 신장질환 (50,046명), 자살 (44,965) 순으로 많다.

대부분은 처방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마약’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거의 전부 드럭딜러가 암시장에서 유통하는 불법마약을 연상한다. 대중의 인식은 다음과 같다.

“중남미 갱조직 카르텔이 국경을 통해서 마약을 미국에 들여온다. 미국 갱조직은 재포장을 해서 길거리 딜러들에게 공급하면 이 길거리 딜러들이 중독자들에게 판매한다. 따라서 미국에서 마약중독을 방지하는 전략은 마약 공급자 (카르텔)을 붕괴시키고 유통업자(마약 딜러)를 잡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대중의 인식에 근거해서 클린턴행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경을 폐쇄하고 불법이민을 통제한다. 마약 카르텔을 잡기 위해서 중남미에 스페셜에이전트 (필요한 경우 특수부대)를 보낸다. 마약딜러는 집행유예없이 징역형으로 엄벌한다. 트럼프대통령이 소원하는 멕시코국경 장벽도 같은 인식에 뿌리를 둔다.  

20년 동안 지속된 그리고 현재도 진행형인 마약과의 전쟁은 1920년대 금주령처럼 대실패 (Blunder)였다. 감옥은 마약밀매자로 초만원인 반면 마약사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참고로 마약밀매 혐의 수감자 대부분이 흑인들이다. 반면, 사용자는 백인과 흑인이 인구비율과 같지만 숫자로 보면 백인이 압도적이다.

가장 큰 실패는, 라이선스를 가진 의사들이 불법마약인 헤로인, 코케인, 모르핀 보다 효능이 수백배 강한 마약을 합법적으로 처방한 것이었다. 결과 2015년 이후 처방마약으로 인한 사망자가 불법마약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아지게 되었다.   

플로리다 의사 마약거래죄로 157년 징역형을 받다

2018년 7월 말 플로리다 고등법원은 내과의사였던 배리 슐츠(Barry Schultz, 남, 62세)에게 157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죄명은 55건에 달하는 마약거래였다. 원래 지방법원에서는 25년형을 받았는데, 상고심에서는 판사가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해서 무려 다섯배를 선고한 것이었다. 슐츠는 이미 2016년부터 진통제를 과다 처방해서 한 환자를 죽게 한 과실치사 죄목으로 5년 징역을 살고 있었다. 원심대로라면 85세가 되면 형기를 마칠 수 있으나, 상고심 선고로 죽어서야 출옥할 수 있게 되었다.

고등법원 판사가 원심보다 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판사는 슐츠가 전문자격증을 이용한 매우 악의적이고 또 개전의 정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슐츠는 드렉셀의대를 졸업하고 메릴랜드에서 인턴쉽과 레지던시를 거친 후  2000년 초부터 플리리다 델레이비치에 통증클리닉을 열였다. 클리닉과 같은 장소에 약국을 운영하면서 현금만 내면 누구에게나 진통제를 처방했다. 공소장에는 진통제를 1년에 최소한2만알을 처방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검사는 슐츠가 판매한 진통제 상당량이 재판매되어서 길거리로 풀려나갔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슐츠의 죄목이 과다처방이 아니라 마약거래가 된 것이다. 슐츠는 하루에 6천불을 벌었다고 웬만한 도시의 마약거래조직이 벌 돈을 혼자서 벌어들였던 셈이다.

의사 처방 진통제 상당수는 마약이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진통제는 실제로는 마약(Opioid)이다.  수술이나 급/만성질환에 있기 마련인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사용한다. 일반명으로 옥시코돈 (oxycodone), 하이드로코돈 (hydrocodone), 코데인 (codeine), 모르핀 (morphine), 펜타닐 (fentanyl) 등이 있다. 옥시코돈의 상표명은 퍼코셋이나 옥시콘틴이다.

옥시코돈은 페르시안 양귀비에서 포함된 파라모르핀 (코데인 등) 추출물을 재합성한 약이다. 모르핀처럼 통증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는데 모르핀보다 효과가 더 크다. 중독 가능성 또한 그만큼 높다. 부작용도 그만큼 크다. 근거없는 행복감, 오심 (토하고 싶음), 구토, 변비, 마취, 어지러움, 호흡곤란, 남용 및 중독 이다.

모르핀은 아편에서 추출한 것이다. 아편은 마약을 뜻하는 Opium의 한자표기이고 복수형이 오피오이드(Opioid)이다. 아편은 양귀비 열매를 짠 즙액에서 추출한다. 진통제로 효과가 뛰어나서 사고나 수술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는데 쓰였다. 강력한 환각작용을 하므로 민간에서는 마약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영국과 중국은 아편 때문에 1840-60년간에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현재는 모든 국가에서 의료용 아편의 생산과 유통을 관리한다.  참고로, 아편밀매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의 주 수입원이었다.

마약성 진통제는 그냥 마약이므로 처방이나 복용을 엄격하게 관리를 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로칼클리닉에 가면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수가 있다. 특히 환자의 통증에 대해서 너무 동정적이거나 혹은 수익을 우선하는 클리닉에서는 마약성진통제를 과하게 처방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 환자들이 처방받은 진통제가 마약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인데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라는 믿음에서 의사가 처방한대로 사용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 믿음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마약성진통제의 경우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의사 말을 잘 들은 ‘착한 환자’ 중 수만명이 매년 마약중독으로 사망하고 있다.

왜 의사들은 마약성진통제를 처방할까?

의사들은 마약성진통제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배려이다. 또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로서 자신감이 있다.

의사들에게 가이드라인은 절대적인 처방기준이다. 옥시코딘을 한사람에게 하루에 60알씩 처방한 슐츠도 ‘가이드라인’을 따랐다고 강변할 정도였다. 그러나 슐츠 처방대로 하루에 60알씩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원래부터 길거리에서 재판매하기위해서 사간 거니까.      

의사들이 처방을 할 때는 PDR(Physician’s Desk Reference 혹은 Prescriber’s Digital Reference)을 본다. PDR은 처방약의 용법과 부작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적고 있다. 처방하는 약에 대해서 자세하게 꼼꼼히 보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옥시코돈 한 가지만 해도 무려 104페이지 (5만8천자)의 방대한 양이다. 일반명 옥시코돈은 다지독스, 엔도코돈, ETH-옥시코돈, 록시코돈, 퍼콜로네 등 여러가지 상표가 있다. 성분을 바꾸거나 합쳐서 새로운 상표로 내놓기도 한다. 옥시코돈 이외에도 의사가 처방하는 약은 수백 종류가 있다.

PDR대신, 의사들은 가이드라인을 학술회의나 집담회 보수교육을 통해서 약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얻는다. 제약회사는 최종 소비자인 ‘환자’가 아니라 의사를 상대로 영업을 한다. 의사가 처방권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접근하는 여러 방식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조공도시락’이다. 자사제품 샘플과 함께 날짜를 정해놓고 클리닉에 도시락을 나른다. 액수가 작으니까 뇌물로 치지 않지만 이 비용은 약값에 포함되어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소비자가 의사 점심도시락까지 챙겨주는 셈이다.     

가이드라인의 문제점

PDR은 그 내용이 치밀하지만PDR은 제약회사가 약판매허가를 받기위해 제출한 임상보고서를 바탕으로 한다. 임상실험을 통해서 효능을 입증하고 효능에 비해서 부작용은 작다는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진통제의 경우 보통 샘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데 진통제를 쓰는 그룹과 쓰지 않는 그룹에서 느끼는 통증을 비교한다.

실험기간은 3개월 혹은 6개월 간 진행한다. 1년 이상 진행하는 임상실험은 매우 드물다. 쉽게 말하면 6개월 이상 사용하면 나타나는 혹은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이드라인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통해서 전해질 때 혜택은 과장되고 부작용은 축소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전파되는 과정에 있다. 1980년 보스턴 메디칼센터 허셀 직 (Hershel Jick)의사는 뉴잉글랜드의학잡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병원에서 마약성진통제 처방을 받은  11,822명 중 중독된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고 보고했다.

보스턴메디칼센터는 보스턴의대 교육병원이고 뉴잉글랜드저널은 의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라서 그 파급효과는 매우 컸다. 이 다섯줄밖에 안되는 짧은 편지는 그 후 수많은 학술논문에 인용되면서 마약성진통제의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로증명하는 자료로 사용되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처럼 효과는 좋고 부작용이 적은 약을 기적의 약(Wonder Drug)이라고 한다. 유방암 치료진인 글리벡이나, 1형 당뇨 치료제인 인슐린, 그리고 아스피린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사, 환자, 제약회사 모두가 바라마지 않지만 기적이 드물듯이 기적의 약도 매우 드믈다. 대신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을 잘 알수 없는 유사 기적의 약 (Pseudo Wonder Drug)이 나타나게 된다.

편지에 적은 내용은 크게 틀린바 가 없었다. 문제는 마약성진통제 치료를 받은 사람이 병원에 입원해서 의료진의 엄격한 관리를 받았다는 사실을 작게 적었던 것. 대부분 인용논문은 아예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라는 구절을 빼버렸다.

결과는 의료진의 감독이 없는 지역사회에 마약성진통제를 처방해도 괜찮다는 결론이 되버렸다. 중독 부작용이 없다고 하니 클리닉에서는 마음놓고 처방을 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통증 클리닉이 ‘비온 뒤 버섯처럼’ 미국 전역에 세워졌다. 슐츠가 면허를 지닌 플로리다에는 통증클리닉 숫자가 맥도날드보다 많다고 할 정도였다. 

수많은 통증 클리닉이 운영이 되는 이유는 미국 의료시장을 독점한 공급자가 가격을 메기고 동시에 가격과 관계없이 수요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하루에 한사람이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숫자는 한도가 있지만 마약성진통제 용량은 (이론적으로는) 제한이 없다. 물론 대부분 의사는 엄격하게 처방하지만 슐츠를 보면 전부 그렇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더구나 의사나 그룹이 약국을 같이 운영하는 경우는 많이 처방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의 효과는 과장되었다

미네아폴리스 원호병원 연구팀은 2018년 미의학협회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마약성진통제와 비마약성진통제간의 효과를 비교했다. 만성 허리통증이나 무릅 혹은 힙관절 교환수술을 한 환자를 대상으로 두가지 다른 진통제를 처방한 후 활동에 따른 통증을 비교한 결과 마약성진통제와 비마약성진통제 간에 효과는 차이가 없었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처방이 필요없는 아세타미노펜 (예: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아이보프로핀 (예: 애드빌, 모트린), 나프록센 (예: 알레브) [주의: 용량이 높으면 처방이 필요할 수 있음], 처방이 필요한 멜록시캠 (모빅)과 셀레칵시브 (셀레브렉스)와 항우울제 등이 있다. 비마약성 진통제도 나름대로 부작용이 있지만 중독이 되지는 않는다. 즉 중독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없다.

약의 효과(Effect)는 효능(Efficacy)에서 부작용을 뺀 것이다. 부작용(side effect)은 작용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부수적인 작용이라는 뜻이다. 전문용어로 반증상(counterindication)이라고 한다. 부작용은 몇년 뒤에 나타나므로 당장은 효능만이 부각된다. 그러나 부작용은 치명적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부작용을 감안하면 마약성진통제의 효과는 크게 과장되었다.  

왜 마약중독이 될까

마약을 한번 사용하면 바로 중독이 된다고 주장은 과학적으로 틀린 것이다. 마약 중독의 기전이 매우 복잡하고 아직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많다. 중독이 되는 것은 마약 종류와 양, 사용방법에 따라 다르다. 개인차가 매우 크고, 또 기분이나 신체상태에 따라서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중독성은 마리화나가 제일 약하고 모르핀이 중간 정도 담배와 헤로인이 가장 강하다.  

마약을 사용하면 뇌에서 분비하는 몇가지 호르몬이 증가한다. 도파민, 엔돌핀, 세로토닌 호르몬 삼총사 분비량이 늘어난다. 이 삼총사는 호르몬/신경전달물질로서 행동과 인식, 수면, 기분, 학습, 기억 등 뇌가 보내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 보상과 쾌락을 담당하는 뇌부분 (nucleus accumbens)을 자극한다.

쪼코렛이나 국수 등 맛있는 음식을 보거나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연애를 할 때 애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것은 보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들 기대감을 높히기 위해서 도파민은 통증(pain)을 억제하고, 엔돌핀과 세로토닌은 기분을 좋게 한다. 엔돌핀은 하하하 웃게 만들다. 웃음이 보약이라는 말은 바로 엔돌핀이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 멜랑꼴리할 때 잔치국수나 파전을 먹으면 기분전환이 되는 것이 세로토닌이 하는 일이다. 세로토닌 분비량이 적으면 우울증에 걸린다. 반대로 우울증에 걸리면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된다.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하게 된다. 기대치를 충족하려면, 예를 들어 국수를 먹으려면 돈을 지불해야하 한다. 몸의 에너지 (energy)는 사람 사회의 돈(currency)에 해당한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ATP (adenosine triphosphate)인데, 매우 작은 리차져블 배터리팩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 몸안에는 이 배터리팩이 밤하늘의 별만큼 많이 들어 있다. 이 숫자가 많으면 ‘강한’ 사람이 된다.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듯이, 배터리팩을 충전하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배터리팩을 충전할 때 영양소 (주로 혈당)과 산소가 꼭 필요하다. 사람은 음식으로 영양소를, 운동으로 산소를 충당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배터리팩이 잘 충전되어 있다는 뜻이다.

마약 중독 사망의 기전?  

호르몬은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갑자기 한계치를 넘어가면 매우 워험하므로 (예: 일시적으로 미쳐버리거나 신경망을 태워버림)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만 남겨놓고 (숨쉬기와 심장 박동) 나머지 신경망을 셧다운시켜버린다. 의식을 잃고 기절하는 것이다.

어떤 신체 장기가 먼저 멈추는가는 질병의 기전을 설명하는 단서가 된다. 예를 들면 심장마비는 심방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 (ischemic)하면 일어난다. 어떤 이유로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동맥이 막히면 배터리팩이 충전이 안되므로 심장이 정지된다. 이때 폐나 신장기능은  정상이다. 물론 폐세포에 들어있는 배터리팩이 방전될 때 까지만 작동한다. 배터리팩을 충전한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분이다. 방전할 때 걸리는 시간은 그보다는 약간 길다. 심장마비로 쓰러지면 바로 인공호흡을 해야하는 이유이다.

마약중독 사망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정지(respiratory failure)이다. 마약의 부작용 중에  호흡곤란이 있기 때문에 호흡 곤란이 호흡정지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추정하지만,그 정확한 기전은 아직도 연구 중이다.

도파민과 중독

기대와 보상이라는 점에서 보면 도파민이 관련된 것에 전부 중독될 수 있다. 인테넷, 약물, 포르노, 스마트 폰, 술, 담배 뿐만 아니라 음식이나 일에도 중독이 된다. 일단 중독이 되면 보상이 충족되기 전까지는 불안하고 집중을 할 수 없다. 중독이 오래되면 도파민 분비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너무 많이 나오면 정신분열증이나 너무 적으면 파킨슨병의 원인이 된다.

정상인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안다. 뭘 얻으려면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고통이 따른다. 또 높은 기대치를 매번 충족시킬 수 없다 점도 잘 안다. 생각 만으로 혹은 작은 것에 만족한다. 적절한 다이어트와 운동, 긍정적인 태도가 있으면 도파민을 비롯한 호르몬이 필요한 만큼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 높아진 기대치를 별다른 노력없이 - 타인의 호의을 빌어서 (즉 공짜로) 충족하려고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중독이 된다. 연애를 할 때 처음에는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다가 시간이 가면 선물이 커져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호의가 오래되면 권리가 된다’는 속설이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체 내에서 벌어지는 중독에도 해당된다.   

마약은 공짜로 기대치를 충족시켜준다. 도파민은 통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지만  통증 근본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대부분 수술 중에나 후에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 처방한다. 즉시 효과가 있으니까, 중독의 위험성이 있지만 그건 한참 뒤의 일이고 (중독이 되어도 나한테 오는 것은 아니니까) 환자가 불평하지 않으면 처방을 한다. 병원은 식당이 아니라서 환자한데 ‘어떤 진통제를 놔드릴까요?’ 묻는 의사는 없다. (문제가 되니까 요즘에는 수술 전에 마약성진통제 처방 동의서를 미리 받는다.)

마약은 기대치를 충족시킬 뿐아니라 장기간 사용하면 기대치를 계속 높힌다. 뇌 안에 돌아다니는 도파민의 총량을 높히게 된다. 앞에서 인용한 허셀 직의 편지처럼 입원할 때는 처방마약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극히 적다. 그러나 퇴원 후에도 오래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술전에 펜타닐 같은 강력 진통제를 먹고 마취와 동시에 모르핀을 주사한다. 수술 후 회복단계에서도 통증이 심하므로 퇴원 후 통증이 가라앉을 동안 (보통 2-3주) 먹으라고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한다.

수술 조직은 보통 2-3일 뒤부터 붓기가 빠지면서 회복이 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마약성 진통제 용량을 조금씩 줄이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걷는 것이 가장 좋다. 될수록 진통제를 적게 쓰고 수술 후 걸을 수 있으면 걷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의사나 간호사면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 것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환자가 병원에서 넘어지면,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걷는 사람은 회복도 빠르고 마약중독의 위험성이 크게 낮아진다. 실제로 암 수술 후 재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하루 1시간 이상 꾸준히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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